2022년 3월 14일 월요일

정법에서본 김시습

 정법에서본 김시습

 

 

 

지난 시간에는 외도의 본성 성격을 알려주기 위해서 정북창(鄭北窓)이라고 하는 이인(異人도인(道人)을 소개했습니다.

 

오늘 여러분한테 소개해 드릴 분이 있습니다아시는 분은 아실 거예요. ‘매월당(梅月堂)’하면 아시죠? '김시습(金時習)'입니다.


김시습(金時習) : 1435(세종 17) 한성~ 1493(성종 24) 충청 홍산조선 초기의 문인

본관은 강릉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동봉(東峰벽산청은(碧山淸隱췌세옹(贅世翁등이며 법호는 설잠(雪岑)이다신라 알지왕의 후예인 원성왕(元聖王)의 동생 주원(周元)의 후손이다무반 계통으로 충순위(忠順衛)를 지낸 김일성(金日省)의 아들이다출처위키백과

 

이 분이 중()도 되고 또 속인이 되고다시 중()도 되고 했는데이분의 중(이름은 설잠(雪岑)입니다그런데 아호(별호)가 10여 개나 됩니다이씨조선 조선조 세종대왕 때부터 문종 단종 세조 예종 성종까지 여섯 대왕을 살은 유명한 분입니다오늘 내가 왜 이분을 여러분한테 소개해 드리고 싶냐 하면이 분은 한국이 낳은 천재입니다한국이 낳은 신동(神童)입니다.

 

매월당(설잠김시습을 한국역사상 첫 번째 꼽을 거예요그렇기 때문에 이분의 일대기 행장(行狀)에 대해서 여러분한테 말씀 드릴 필요가 있습니다이분이 맨 처음 '금오신화(金鰲新話)'라는 한문소설을 썼습니다


이 '금오신화(金鰲新話)'의 내용을 보면 이분의 사상이 나오기 때문에우리 정법의 입장에서 불자의 입장에서 한번 이분의 모든 것을 훑어 봐야 되겠다여러분들한테 소개를 해줘야 되겠다 하는 것입니다여러 가지 배울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매월당 김시습 설잠 비구에 대해서 말씀을 드립니다이분은 태어난 지 여덟달 만에 글자를 알았고세 살 때 이미 한시(漢詩)를 지었습니다여러분한시를 짓기 어렵습니다한시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세 살 때 이미 한시를 지었고다섯 살 때 벌써 대학(大學)을 통달했습니다다섯 살 때 사사삼경(四書三經)을 봤어요이 사람은 신동입니다신동으로 온 그 이유가 있어요.

 

그 당시 이웃에 살던 좌의정을 지낸지금 같으면 부총리에 상당하는 벼슬이지요그 당시 봉건사회에서의 좌의정이면 지금의 부총리보다도 그 권세가 정말로 무섭습니다좌의정 정도 되면 참 뭐... 어마어마 합니다


지금의 대통령보다도 훨씬 무섭습니다매월당의 이웃집에 좌의정 '경함'이라는 분이 있었는데애기가 아주 신동이라는 소문을 이미 들어 잘 아는지라 하루는 '시습'이를 불러서 꼬마야이 늙은이를 위해서 시 한 구절을 좀 지어다오그 대신 늙을 노()자를 넣어서 한번 지어 보거라.’ 그랬어.


늙을 노()자를 넣어가지고 지어 달라고 하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즉석에서 나오는데여러분 외워 두세요.


노목개화심불로(老木開花心不老)’라고 했습니다.

노목(老木), 늙은 나무가경함 좌의정이 늙었지요늙은 나무로 비유했어늙은 나무가()자를 넣으라고 했는데 앞에다가 딱 넣었잖아요.


개화(開花), 꽃이 피니심불로(心不老), 마음은 늙지 않았네마음만은 늙지 않았단다이거 참 기가 막힌 말이지요.

 

다섯 살 때 이 정도로 총명했다고요지금 여러분에게 지으라고 하면 어려울 걸요너무도 유명한 분이어당대 최고의 지식인입니다이분의 일생을 알아야 돼앞으로 여러분한테 많이 소개를 할게요


스님이 좀 알고 있는데여러분이 정법의 입장에서 이것을 훑어볼 줄 알아야 됩니다그냥 넘어가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분은 지조가 있는 분이고대쪽같은 성격이었어요그래서 세종대왕하고 단종을 굉장히 사모했습니다세종대왕이 소문을 듣고 김시습을 알았어요그래서 과거를 보도록 해서 크게 써먹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전생에 지은 복은 적고 한평생 그냥 중()으로 방랑생활 하면서 끝납니다()도 청정한 중()이 아니고()이 되었다가 나갔다가 되었다가 나갔다가 했거든요이 사람의 일생을 다 말할 수는 없고여러분이 꼭 알아둘만한 아주 중요한 대목이 있습니다그런 정도는 알아두시라고요.

 

단종이 그냥 결단을 내려버렸거든요수양대군한테 선위(禪位임금의 자리를 물려줌)한다고 선포해버렸습니다수양대군이 보위(寶位)를 탐하며 왕위를 접수하려는 욕심이 하늘을 찌르니까 선위한다고 해버렸습니다


선위라는 것은 이 자리를 물려준다는 말이어요단종이 수양대군을 무서워하거든요그러나 집현전에 여러 학자들이 있었지요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이런 학자 분들인데이들은 선비로서의 지조도 아주 대단하고 총명한 분들이었습니다그런 분들이 선위를 한다는 단종의 말에 대해서 이해도 할 수 없고받아들일 수도 없었어요. ‘이건 반드시 강압에 의해서타의에 의해서 이런 엄청난 선언을 했다’ 해가지고 성삼문 등이 그것을 번복시키려고 한 거예요.

 

그래서 수양대군이 성삼문 등 여섯 명을 죽입니다그 수양대군을 결정적으로 도와준 분이 누구지요칠삭동이 한명회(韓明澮)입니다한명회그래서 성삼문 같은 충신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벼슬살이를 포기한 거예요그 광란(狂亂)의 살인극을 보고 벼슬살이를 포기하고 미친 사람처럼 팔도를 방랑하기 시작한 거예요김시습이가 말입니다.

 

그런데 성삼문 등이 형장(刑場)에 가가지고 피비린내 나는 고문을 당하면서 참수(斬首)당하잖아요참수당할 때 성삼문이나 이개 하위지 같은 분들이 정말로 무섭게 그 지조를 굽히지 않았어요여러분도 정말로 한번 읽을만하고 봐야 됩니다


지조를 꺾지 않았어요그 불로 달구어가지고 쇠꼬챙이로 마구 찌르고 지지는데 이 쇠꼬챙이가 다 식었다다시 달구어 가지고 지져라라며 세조를 노려보면서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아주 무서운 사람들인데이제 머리가 다 잘렸잖아요머리가 잘린 그 형장을 아주 삼엄하게 지켰다고저녁 내내 지켰어요.

 

그런데도 시습이가 큰 자루 하나를 가지고 한밤중 1시 2시경에 그 형장으로 간 거예요그 형장에 가니까 병졸들은 술에 취해가지고 다 곯아 떨어져 있었습니다그 틈을 틈타서 참수당한 여섯 개의 머리를 자루에다가 담은 거예요담아가지고 도망을 갔습니다지금의 노량진 백사장에 짊어지고 가서 곱게 묻어주었답니다시습이가 그런 사람이어요.

 

그리고서 전국을 방랑하는데서울이 고향이니까 가끔 서울에 나타나곤 했습니다어느 날 큰길 장터에서 누더기를 걸친 설잠 화상(雪岑 和尙)그 때의 누더기는 지금의 스님들이 걸치는 누더기와 다르지누더기가 정말 거러지 같아그 누더기를 걸친 설잠(雪岑), 김시습입니다그 중의 이름이 설잠(雪岑)입니다.

 

마침 그 때 큰 양반의 행차가 지나가게 되었습니다여러분알지요행차가 지나가면 딱 멈춘단 말이에요양반 행차가 지나가는데 그 스님이 딱 멈추면서 거정아오랜만이구나!’ 그런단 말이에요거기에는 거정이가 타고 있었어좌천성이에요지금 같으면 급수가 아마 차관 밑의 정도인데어마어마했어요.

 

여하튼 지금의 차관 같은 정도의 벼슬은 권한이 별것 아니잖아요지금은 민주국가라서 삼권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데옛날에는 어마어마 했어그런데 ‘‘거정아오랜만이구나!’ 하니까 가마에 타고 있던 거정이가 가다가 보니까 설잠(雪岑)이거든알아친구여기가 막힌 신동이어그런데 거지같은 꼬락서니가 되어가지고 자기의 행차를 막거든그러니까 어쩔 거요?

 

열경(悅卿)! 오랜만일세시간 있으면 우리 집에 들리게!’라고 말했어요그러면서 이제 그 행차는 지나갔습니다그 날인가 그 이튿날인가 서울의 대원각사에서 큰 법회가 있는데 설잠 화상을 법사로 초대했단 말이에요


그 절이 탑동에 있었다고 그래요그 법회에 설잠이가 법문을 한다고 하니까세조 대왕이 설잠을 알거든요대단한 지식인으로 알고 있어요세조 대왕이 대원각사를 왔어요.

 

그것을 보고 법문할 스님인 설잠이가 도망 가버렸어자취를 감춰 버렸어자취를 감춰버리니까 원각사에서는 야단났지요세조 대왕은 왔고 법사가 없어져 버렸으니까 말입니다


그때의 그 원각사에는 수 십 명의 스님들이 있었다고 그래그러니까 그냥 스님들이 전부 흩어져가지고 샅샅이 뒤지는데여러분김시습이를 잘 아시는 분어디로 갔는지 압니까똥통에 빠졌었어.

 

더러운 놈들이 왔다고 일부러 빠진 거예요어제는 거정이를 만나더니 오늘은 또 세조라는 역적을 만났다고 해가지고더러운 놈을 만났다 해가지고 똥통에 들어가 있었어요똥통에 빠져 있단 말이야. ‘설잠 화상이 똥통에 빠졌다설잠 화상이 똥통에 빠져 있다~!!’해서 고함을 지르니까 다 알아버렸지세조 대왕도 알아버렸어


그러나 그 무서운 세조도 설잠이 현재의 집권층을 갖다가 똥같이 보는 것을 알았지요알고서 불쾌하게 생각했지만 탓하질 않았답니다그 때부터 이제 세조도 많이 참회하고,나중에는 참회했잖아요 그래서 불교에 귀의했잖아요세조가 탓하지를 않았어.

 

김시습이 어느 강변에 있는 정자에 들렀는데그 정자에 시가 한 수 적혀 걸려있었어요그 시를 보니까 한명회가 지은 시예요그 죽일 놈 한명회가 지은 시라김시습으로서는 그러지무슨 글귀냐?


청춘부사직(靑春扶社稷)하고.

청춘젊었을 때에는 그 말이어사직(社稷), 나라를 사직(社稷)이라고 그래나라를 붙들어 세웠고()붙들어 세웠고.

백수와강호(白首臥江湖).

흰머리가 나가지고 늙어서는 강호에 드러누웠네.


이제 유유자적 하는 거예요이런 내용의 시였어요이런 시를 보고는 글자 둘을 싹 고쳐 써가지고 붙여버렸어()자는 무슨 자로 바꾸었느냐 하면 망할 망()자여.

그러니 청춘망사직(靑春亡社稷)하고-젊어서는 나라를 망쳐 먹은 놈이되고망쳐버린 놈이고

 

백수와강호(白首臥江湖)-늙어가지고는 강호에 드러누웠네 했는데누울 와()자 대신에 더럽힐 오()자가 있어이 오()자를 넣으니

백수오강호(白首汚江湖)-늙어가지고는 강호를 더럽히네이렇게 바꿔치기 해버린 거예요이런 사건이라든지 등등 많이 있습니다.

 

이 김시습(金時習)이 한 6년 동안에 금오산(金鰲山경주 남산에 있음)에 들어가 칩거하면서 쓴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이 금오신화(金鰲新話)입니다여러분 아실 거예요()자는 자라 오()자입니다자라거북이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민물에 사는 자라 있지요()은 쇠금(), 금은 할 때의 금(). 금자라신화(新話)는 새로울 신()말할 화()자예요.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썼는데그 금오신화(金鰲新話)는 상하권으로 되어있습니다이 책이 너무나 유명해가지고 이것을 봐야 김시습의 사상을 알 수 있어요여러 작품들이 있는데그 목판본이 일본 동경에 있답니다일본에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어요금오신화(金鰲新話)는 이 작자의 생애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김시습의 일생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김시습은 학문적인 능력이 탁월했잖아요그러나 과거(科擧)를 마다했습니다과거를 봤으면 정말로 일찍이 장원급제를 해버렸지요장원급제 했겠지만 그것을 마다했습니다


학문적인 무서운 능력이 탁월하면서도 그 당시 정치 경제의 기반이 취약한 15세기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500년 전 이야기입니다이제 김시습은 15세기 후반의 신흥사류(新興士類)로서 새로운 선비계열이지요.

 

김시습은 당시 정치 현실과의 심각한 갈등 속에서 극히 불우하고 고독한 생애를 보냈는데금오신화(金鰲新話)는 그런 자신의 사상이 반영된자서전적인 성격이 농후한 글입니다


금오신화(金鰲新話)는 그 필법이 너무도 기가 막히게 참 잘도 글을 썼습니다필법(어법)이 아주 천재적이어서 김시습의 글쓰기 방법의 사상적 근거 연구라고 해가지고 14년 전에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을 쓴 사람이 있어요.

 

그만큼 작품을 평가합니다당시 이성계삼봉 정도전 등등 조선왕조의 건설자들은 주자학을 새로운 지도 이념으로 채택해가지고 새로운 왕조의 지배질서를 확립하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새 왕조의 사회적 폐단이나 이념적 모순을 비판하면서 민중의 처지에 동조하는 일련의 소외된 지식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중 대표적인 사람으로서 김시습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치 이(), ()를 만물의 본질로 보는 주자학의 주리론(主理論)이 지배체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론으로 보고 그것을 공격하면서 기()를 만물의 본질로 하는힌두교에서는 프라크리티(prakrti)라고 하지


()를 만물의 본질로 보는 이기(理氣이원론적곧 주기론(主氣論)이라는 철학사상을 수립해서 이에 입각해서 만물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인식하고자 했다이것은 조금 어려운 이야기인데이건 놔두겠습니다.

 

금오신화를 보면 귀신이 나오고 염왕이 나오고 용궁이 나오고 용왕이 나옵니다이것은 그때도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았고지금도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잖아요보니까 김시습도 귀신이라든지 염왕이라든지 용궁이라든지 용왕이라든지 하는 것을 신비주의적 미신적으로 부정해버렸어요.

 

그러니까 김시습 같은 그런 천재가 내가 볼 때에는 그렇게 처신하지 말고차라리 머리 깎고 중이 되어버렸으면 진짜 중이 되어 근본을 뚫어버렸으면그의 기철학(氣哲學기이론(氣理論)도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저기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주장한 분이 장횡거(장재(張載: 1020~1077)는 중국 송나라 시대의 사상가이다성리학의 기초를 닦았다자는 자후(子厚)이다봉상미현의 횡거진(橫渠鎭)에서 오래 머물고 후학을 가르쳤기 때문에 횡거 선생(橫渠先生)이라고 호칭된다저술로는 정몽(正蒙)’이 있고 존칭하여 장자(張子)라고 불린다위키백과)인데북송 당시 장횡거라는 철학자가 이제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세상에 내놓고우리 이씨조선에서는 초기 화담(花潭서경덕(徐敬德)씨가 그것을 승계한 거예요.

 

그런데 기일원론이라고 하는 이런 주장이나 주기론이라고 하는 이런 철학사상이 과연 진리입니까진리로 보기에는김시습은 그랬을는지 몰라도 저기 봅시다주자(朱子주희 朱喜)는 이기(理氣)이원론입니다그러면서도 철저히 주리론(主理論)이지요그 주자학의 사상이 고려 말쯤에 우리 쪽으로 들어오는데 이를 집대성한 학자가 이퇴계(李退溪이황 李滉)지요.

 

이황이 그 사상을 그대로 수용한 거예요그도 이기(理氣)이원론자였습니다그 송대(宋代)의 그런 이기설(理氣說)이 성리학이 되어가지고 우리 이씨왕조의 지도 이념으로까지 원용되어서 서로 싸우고 했는데이율곡(李栗谷)은 또 이()와 기()의 일원론(一元論)을 이야기했거든그러니까 조선왕조에서는 이()()다 하고 많이 싸웠어요.

 

그러면 여기서 이보다도 더 깊고 멀리 보고 넓게 본 철학사상이 있는데힌두교에서 이야기하는 베단타학파라든지 상키아학파라든지 바이셰시카학파라든지 미맘사학파라든지...많이 나오잖아요또 불교에서도 본체와 연기(緣起)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우주창조라든지 우주의 운동우주에서의 생명창시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이번에 우리 영산불교에서 앞으로 깊은 철학사상을 내놓게 되는데조금 전에 말한 이걸 전부 쭈~욱보니까 맞는 말이 있고 일리는 있지만 그 것이 절대 진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보다도 훨씬 우수한 영산불교의 철학사상이 나올 것입니다.

 

어쨌든 금오신화(金鰲新話)를 보면 이를 쓴 설잠(雪岑매월당(梅月堂김시습의 공부 깊이를 알만 해요이 귀신 염왕 용궁 용왕을 비현실적이고 미신적인 것으로 봤습니다


그 금오신화(金鰲新話)는 주인공과 이 세계의 대결을 더욱 날카롭게 부각시켜가지고 문제의식을 부여할려고 하는데 이는 김시습의 사상사회관 종교관 인간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그리고 옛날에는 모든 작품들이(소설이다 하나같이 끝에 가면 해피엔딩으로 끝나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 속에는 한 다섯 편 있는데 주인공들이 모두 세상을 등지는 것으로 끝나요그래서 이것은 자기의 생애와 밀접하게 관련된앞에서 말씀드린 바대로 자서전적인 성격이 농후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을 야유하며 자신을 학대하면서 스님으로 살아가던 김시습이 47살 되던 해그러니까 성종12년에 다시 내려와 가지고 홀연히 머리를 기르고 고기를 먹기 시작했습니다윤씨 부인을 맞이해서 가정을 꾸렸어요그러나 모처럼의 가정생활도 얼마 후에 윤씨 부인이 세상을 떠나버렸기 때문에 다시 또 산에 들어가게 됩니다.

 

산에 들어가기 전인 성종 13년에 또 이런 일이 있었어요연산군의 생모가 사약을 받아서 죽잖아요이것을 보고 김시습은 또다시 세상만사를 허무하고 혐오스러워 해서 방랑길에 나섭니다그러다가 다시 산에 들어와서 59살 때 충청도 홍산 무량사지금의 부여이지요그 무량사에서 열반에 들었습니다여러분 가보셨는지 몰라무량사를 가면 김시습의 부도가 있을 거예요.

 

너무나도 풍진이 많았던 한평생화장을 하지 말라는 유언대로 시신을 절 근처에 묻었는데, 3년 후에 장사를 지내려고 관을 열어보니까 시신이 썩지를 않고 얼굴도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평온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해서 그를 알아보는 신도분들이나 스님들이 설잠이분은 부처를 이루었다’ 한 거예요그러나 이것은 말도 안 됩니다.


설잠 김시습(雪岑 金時習)을 소개한 것은 사성제 팔정도 중도사상 칭명염불 육바라밀 보현행원으로 이어지는 덕목들이 진정한 불교정법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원래 중생계는 탐진치 놀음이어요중생계는 요지경 속이어이 정도의 천재이고이 정도의 철학이 있는 분이고기왕에 머리를 깎았으면 자기구제를 먼저하고 남을 구원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삶을 살았어야 되는데이 세상의 그릇된 질서에 분통만을 터뜨리고 그렇게 갔습니다.

 

나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번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으면우선 우주자연과 인생의 근본근본 자리를 파헤치고그런 후에 수행을 두타행을 잘 해가지고 도를 먼저 이루고그 다음에 성자가 되어서 구세(救世)하는 그런 수순을 밟았어야 되는데이 세상의 그 부조리하고 도저히 분통이 터져서 볼 수 없는 이 세태만을 한탄하고 전국을 방랑하면서 세상을 비웃고사람들을 또 짐승같이 폄하하고 비방하고 이렇게 살 것이 뭐냐이 나라 역사상에 일찍이 없었던 천재 신동이죠.

 

이분이 또 40대에 쓴 것이 하나 있습니다중국 화엄종의 4대 조사인 청량 징관청량 징관이 쓴 9권의 화엄 현담(玄談)’, 화엄사상을 주석했습니다이 현담 주석서도 실력이 보통 아니면 못 쓰는 거예요화엄사상을 완전히 꿰어야 현담을 주석할 수 있는데이분이 쓴 현담 주석이 하나 있어요대단한 분입니다.

 

정말로 아까운 분인데이분은 정법이 무엇인지 몰랐어요몰랐으면 차선으로라도 기존의 부처님 말씀을 정리해가지고 사람들아나쁘고 악하게 살지 말라착하게 살아라!’하는 메시지를 전할 일이지기껏 금오신화(金鰲新話하나를 내놨단 말이에요금오신화(金鰲新話)를 내놨지만그것도 수행의 입장에서 볼 때 사실 평가할만한 것은 없습니다내가 보니까 전생이 선비로 살다가 스님 생활을 깨끗이 했어요.

 

막바로 왔습니다그래서 이렇게 신동(神童), 천재(天才)로서 한 삶을 살았는데 복을 지은 것이 없어그러니까 과거(科擧)에 급제할 운이 없어복을 지은 것이 없어요이분은 정법을 연설한 적도 없고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구세의 그런 보살행을 한 적이 없어요그러나 다행히도 큰 허물은 짓지 않았고 비교적 깨끗하고 선비같이 살다가 간 것은 평가합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설잠 화상(雪岑 和尙)을 여러분한테 소개를 하는데 왜 그러느냐내가 왜 소개를 하느냐역사적인 인물들을 여러분한테 앉혀 놓고 그들을 좀 지혜롭게 봤으면 싶고그러므로서 여러분들이 지혜롭게 내 자신과 과거를 되돌아보고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겠다 하는 신념을철학을 세워주었으면 해서 여러분한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여러분부처님을 믿는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게 정법입니다이게 정법이오여러분은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요그러니까 나는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달라 그거예요외도로 가지 말라 그거예요.

 

외도로 가지 말라외도로 가면 앞에서 내가 결론을 말씀드린 것처럼 미래가 없으니까요미래가 없지요외도의 수장도 영원할 수가 없습니다전번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없어요우리 정법의 세계는 영원히 살 수 있는 곳이어요그렇지만 외도의 세계는 수장이라 하더라도 영원히 살 수 없다 그래요다만영원히 멸도 할 수 없는 자리는 보살이 되고 붓다가 되는 길이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제발 정법 문중으로 들어오고수행 잘 하고금생이 얼마 남았는지 몰라도 관 속에 들어갈 때까지 보람 있게 살아 달라고그래서 여러분이 딱 돌아가신 후에는 평가를 하는 거예요평가를 해그러니까 점수를 받으라고점수를 받으라 그거예요그렇게 살아주었으면 좋겠어요점수를 받아야지 점수가 안 나오면 다음 생이 없어다음 생이 없습니다.

 

 

 출처/현지사 자재 만현 큰스님 춘천 본원 2011.12.04.일 정기법문중 발췌